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응답하라 1988 - 약할 수 없는 존재. 하지만 한 없이 약한 존재. 그 이름은 어머니 입니다.

응답하라 1988 - 약할 수 없는 존재. 하지만 한 없이 약한 존재. 그 이름은 어머니 입니다.




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말을 하곤 한다.


우리 어머니가 조선시대에 남자로 태어났으면 이순신장군보다 훌륭한 사람이 되어있었을 것이라고~


어머니는 늘 강하고, 누구보다 성실하며, 현명하시다.


언제나 카리스마가 넘쳐서 동네 아이들 뿐 아니라 아저씨들도 우리 어머니의 말에는 껌뻑 죽을 수 밖에 없었다.


분쟁거리가 있으면 어머니가 늘 해결하시곤 하셨다.




군대를 전역하고 5~6년이 지났을 때 즈음...


식사를 하며 어머니에게 농담처럼 질문을 건넸다.


"엄마, 엄마도 나 군대가서 내 옷 박스로 받았을 때 울었어요?"


농담 반 진담 반,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던진 질문에 어머니는 내 생각과는 조금 다른 대답을 하셨다.


"그 박스를 받고 울지 않을 수 있는 엄마가 어디 있겠니"


우리 어머니는 다르다고 생각했기에 그 한마디는 나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.




늘 강해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.


아니, 약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.


누구보다 약하지만 약함을 들키면 안되는 존재.


그 것이 어머니이다.


응답하라 1988 8화에서는 결코 약할 수 없는 어머니가 등장한다.



큰 아들이 심장병으로 인해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.


훨씬 더 큰 수술을 받았다 해서 작은 수술이 걱정되지 않을리 만무하다.


하지만 엄마는 불안에 떠는 아들 앞에서 결코 약해질 수 없다.


웃어야만 한다.


아들에게 엄마와 아빠는 걱정을 하나도 안하니 너도 걱정하지 말라며~


푹 자고 내일 수술받자며 아들을 격려한다.


불안에 떠는 정봉은 담담히 자신의 심경을 고백한다.


"엄마는 강한 사람이잖아요."



마음이 찢어진다.


아들이 아픈데 돈이 없어서 전전긍긍하며 도배에 식당에 신문배달까지 하던 시절을 보낸...


아들 걱정에 밤잠을 이룰 수 없던 어머니인데~


사실은 누구보다 무섭고 떨리는데~



하지만 응원해야만 한다. 나는 어머니이니까~


웃는 얼굴과 떨리는 목소리.


웃을 수 없는 상황에서 웃어야만 하는 약한 존재의 신음소리...


엄마의 온갖 기분을 담은 한 소절의 대사가 이어진다.



"내 새끼가 왜 약해? 너 엄마닮아서 니가 얼마나 강한데~"


"아무나 그 힘든 수술 다 이겨내는줄 알아?"




"정봉아~ 그거 대단한거야~"


그거 대단한거야...


그거 대단한거야...


정봉 엄마의 목소리에는 절반 정도의 공기와 절반 정도의 눈물이 섞여있다.


터져나오는 울음을 가슴 속 깊은 곳으로 꾹꾹 눌러담아야 한다.


아들을 응원하려면, 나의 불안함과 염려를 들키지 않으려면~



약한 여자인 어머니는 자신의 두려움을 들키지 않고자 자리를 피한다.


"얼른 자~ 엄마 티비 좀 보고 올게~"


아무렇지도 않은 듯 담담히~



담담히...


담담히...



얼마나 많은 생각을 할까~


이 눈물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담겨있을까?



정봉의 수술이 끝나는 순간까지 엄마는 초조하고 두렵다.



그리고 아들이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깨어났을 때,


이제야 비로소 무거운 짐을 벗어던질 수 있게 되었다.


비로소 아들 앞에서 두려움을 떨쳐내고 속 안에 숨겨둘 수 밖에 없던 눈물을 보일 수 있게 되었다.


누구보다 강했던 어머니의 고백


"고생했어, 고생했다. 엄마가 건강하게 못 낳아줘서 미안해"


마치 군대를 갈 때에도, 휴가를 나왔을 때에도 아들 앞에서는 강한 모습만을 보였던 우리 어머니의 모습 그대로이다.


응답하라 1988은 지금까지의 응답하라 시리즈보다 더욱 철저하게 심장을 어택하는 기분이다.


응답하라 1988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네 사람이야기이다.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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